[2024년 3월 수요단편극장]

<울산의 별>(정기혁 감독)에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조선소 용접공을 연기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김금순 배우. 3월 수요단편극장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세상의 면면을 말쑥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표현하는 김금순 배우가 출연한 작품 4편을 준비했습니다. 김금순 배우가 연기하는 화면 속의 인물은 그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곁의 인물로 되살아납니다. 이미 지나쳐왔거나 어쩌면 앞으로 마주할 우리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위에 덧그려집니다.

김금순 배우를 만날 첫번째 작품은 백시원 감독님의 <대청소>입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영순’의 얼굴과 목소리엔 지난 날의 회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불행은 삶에 아주 깊은 그림자를 남깁니다. 그러나 아주 작은 온기가 그 불행의 그림자를 걷어내기도 합니다. 짧은 눈길로도 진득한 깊이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김금순 배우의 연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손수현 감독님의 <선풍기를 고치는 방법>입니다. 인물 사이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인 이 영화에서 김금순 배우는 풀리지 않는 시나리오 속의 등장인물을 연기합니다. 강렬한 눈빛, 절도 있는 몸짓으로 캐릭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의 맛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고선영 감독님의 <미주>에선 코로나가 덮친 도시를 운전하는 택시 기사 ‘희영’으로 등장합니다. ‘희영’은 고향 친구인 ‘미주’를 손님으로 태웁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 라디오에서 코로나 환자를 찾는 뉴스가 흐르고 ‘희영’은 그 환자가 ‘미주’인 것만 같습니다. 영화 속 김금순 배우의 눈길이 닿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의심과 불안 그 뒤에 찾아오는 사소한 관심과 보통의 용기가 주는 위안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작품은 정재용 감독님의 <작두>입니다. 영험하기로 소문난 무당 ‘이화’는 방송국 촬영팀 앞에서 신내림굿을 하다 작두를 탑니다. 기이하고 불가해한 그녀의 말과 몸짓이 작품에 묘한 긴장감을 주며 그녀를 계속 주시하게 합니다. 우렁찬, 한편으론 처절하게까지 들리는 김금순 배우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 <작두> 속 김금순 배우의 혼을 뒤흔드는 연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